본 영화는 일본 최초의 남극 관측대 대장이었던 노구치 히데요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노구치 히데요는 1901년 11월 15일 당시 영국령이던 남위 88도 23분 지점까지의 도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극지 탐험 사상 전례 없는 대규모 원정대를 조직하여 출항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고 대원들은 전원 사망했으며 단 한 명만이 살아남아 귀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는 사건임을 알게 되었다. 이후 196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이때 밝혀진 진실은 실로 놀라웠다. 바로 애초에 목표했던 곳보다 훨씬 더 남쪽 지역이었으며 예상외로 생존자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것은 바로 초기 계획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때까지만 해도 과학 기술 수준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 측정 및 분석이 불가능했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기존 문헌 자료만 가지고 추측했을 때 예측된 위도는 90도였으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목숨을 잃을 만한 상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측량 기기나 도구 같은 기본적인 장비조차 부족했으므로 잘못된 계산값을 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나온 값은 무려 100도 가까이 되는 수치였고 이로 인해 오히려 너무 낮은 온도 탓에 추위에 떨다가 동사하거나 식량 고갈로 굶어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사례 외에도 중간에 얼음 덩어리 틈 사이에 갇히거나 방향 감각 상실로 길을 잃는 등 각종 돌발상황 또한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비록 모든 과정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도전 정신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2010년 개봉작인 <남극의 쉐프>라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남극 기지에서 생활하는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장르인데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주연배우 사카이 마사토의 맛깔나는 연기가 일품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더라. 아무튼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해발 3,810미터, 평균 기온 영하 54도의 극한지 남극 돔 후지 기지. 귀여운 펭귄도 늠름한 바다표범도 심지어 바이러스조차 생존할 수 없는 이곳에서 8명의 남극관측 대원들은 1년 반 동안 함께 생활해야 한다.
기상학자 대장님, 빙하학자 모토, 빙하팀원 니이얀, 차량담당 주임, 대기학자 히라, 통신담당 본, 의료담당 닥터, 그리고 니시무라는 매일매일 대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사하는 조리담당이다. 평범한 라면 하나라도 대원들에게는 최고의 만찬이자 감동의 순간이다. 그래서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그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위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이제 막 지은 따뜻한 보금자리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 폭풍이 몰아치면서 외부와의 연락마저도 끊겨 버린다. 자칫 잘못하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무사히 구조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악몽이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땐 정말 눈앞이 캄캄했으니까.